- 장비 한 대의 성능에서 공정 전체의 완성도로…첨단 패키징 협력이 한국 산업에 던지는 질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2026년 10월 26일 네덜란드 반도체 조립장비 기업 베시(Besi)의 지분을 기존 보유분을 포함해 약 20%로 확대하는 주식 매입 계약을 발표했다. 이는 양사의 첨단 패키징 협력을 자본 관계로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규제상 대기기간 만료 또는 종료 등 조건이 남아 있어 지분 취득이 완료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양사는 칩을 미세한 간격으로 직접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Kinex’와 EPIC Center 공동 연구를 통해 협력 범위를 넓혀 왔으며, 어플라이드는 Kinex가 주요 반도체 고객사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객별 양산 적용 범위와 관련 매출·이익 기여는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지분 취득 완료 여부와 함께 고객의 양산 채택, 장비 공급 및 실적 반영을 확인해야 한다. appliedmateria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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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른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느냐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칩을 얼마나 정밀하게 연결하고, 그 연결 구조를 안정적인 양산 공정으로 구현하느냐도 경쟁력을 좌우한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네덜란드 반도체 조립장비 기업 베시(Besi)에 대한 지분 확대 계약을 발표한 사건은 이러한 경쟁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 산업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지분율 자체보다 재료·공정 장비 기업과 정밀 조립장비 기업의 협력이 제품 개발, 고객 검증, 자본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플라이드는 2026년 10월 26일 미국 현지 시각, 베시 주식을 추가 매입해 기존 보유분을 포함한 지분을 발행주식의 약 20%로 확대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다만 미국 기업결합 사전신고제도인 HSR법에 따른 대기기간의 만료 또는 종료가 주식 인도의 조건으로 남아 있다. 확인된 변화는 지분 확대를 위한 계약 체결이며, 약 20%의 지분 취득이 완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회사는 현재 약 20%를 넘어 투자하거나 베시 이사회 참여를 추진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 역시 현재의 경영 의향으로 읽어야 하며, 영구적인 제한이나 경영권 확보로 확대 해석할 근거는 없다.
이번 계약은 기존 기술 협력 위에 자본적 연결을 더하는 움직임이다. 양사는 2020년부터 협력해 왔으며, 2026년 10월 1일에는 베시의 EPIC Center 혁신 파트너 참여와 함께 공동 개발 범위를 확대했다. 발표된 협력 영역에는 하이브리드 본딩뿐 아니라 열과 압력을 이용하는 열압착 본딩, 칩을 웨이퍼나 다른 칩 또는 패널에 결합하는 통합 방식 등이 포함된다. 이는 여러 종류의 칩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연결 기술을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이다. 다만 연구 대상이 넓어졌다는 사실과 각 기술의 양산 적용이 완료됐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칩을 붙이는 공정이 단순한 조립 작업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 사이의 절연층과 금속 접속부를 정밀하게 결합하는 방식이다. 연결 부위를 촘촘하게 구현하려면 표면 상태, 오염 관리, 위치 정렬, 접합 품질이 함께 관리돼야 한다. 특정 장비의 정밀도가 높아도 앞뒤 공정에서 결함이 생기면 최종 제품의 수율, 즉 투입한 제품 중 정상적으로 완성되는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고객이 구매하는 경제적 가치는 개별 공정의 최고 성능과 함께 전체 제조 과정의 안정성에서 발생한다.
어플라이드가 2025년 10월 공개한 Kinex는 이러한 통합 접근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회사는 표면 준비와 세정, 칩 배치, 접합, 계측 등 핵심 단계를 통합한 다이 투 웨이퍼 하이브리드 본딩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복수의 첨단 로직·메모리·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전문기업 고객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품 공개와 회사가 설명한 고객 사용 사례는 확인되지만, 고객별 평가 단계와 양산 적용 범위, 설치 대수, 관련 매출과 이익은 공개자료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기존 제품의 사용 사실을 확대된 모든 연구 분야의 상용화 증거로 연결해서도 안 된다.
산업구조 측면에서 이 사례는 장비 기업의 역할이 어떻게 넓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객이 여러 공급사의 장비를 조합하면서 해결해야 했던 문제를 공급사들이 공동으로 풀고, 연구 단계부터 공정 간 연결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분석적으로 보면 이러한 협력은 고객의 개발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공동 검증된 공정 조합을 이후에 변경하는 비용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지분 계약만으로 독점 공급이나 고객의 선택권 축소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경쟁 효과는 장비 간 호환성, 지식재산권, 공급 조건과 고객의 대체 가능성을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
협력의 무대인 EPIC Center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어플라이드는 2026년 10월 12일 센터를 공개하면서 TSMC, 인텔, 삼성전자, 마이크론, SK하이닉스를 창립 파트너로 소개했고, 베시 등 장비·시스템 기업과 대학들의 참여도 발표했다. 고객과 공급사, 연구기관이 초기 개발부터 함께 문제를 다루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회사가 제시한 약 50억 달러는 고객 프로젝트 개시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센터의 자본투자 규모다. 베시 주식 매입대금이나 베시와의 공동 연구비, 이미 전액 집행된 금액과는 다르다.
한국 기업은 이 협력 구조의 바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플라이드는 2026년 2월 삼성전자의 EPIC 참여를 발표하면서 첨단 공정, 미래 메모리 구조, 고도화된 3차원 집적을 공동 연구 대상으로 제시했다. 3월에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인 HBM을 위한 장기 연구개발 협약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 협력에는 재료와 공정 통합, 첨단 패키징 연구가 포함된다. 이는 한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기업이 해당 연구 생태계에 참여한다는 근거다. 다만 같은 센터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Kinex를 구매했거나 베시와 특정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연결할 수는 없다.
한국 산업에 주는 기회는 고객의 제조 과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일찍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료와 장비, 공정 조건을 함께 검토하면 개별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실제 제조에 적용할 때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는 고객이 요구하는 경쟁의 단위가 커질 수 있다는 과제가 생긴다. 자체 장비의 성능을 입증하는 데 더해 다른 장비와 연결했을 때의 수율, 공정 안정성, 유지보수 조건까지 설명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협력 구조에서 도출되는 분석적 전망이며, 국내 기업의 납품 감소나 시장점유율 하락이 이미 발생했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외 경쟁력의 격차도 이러한 구체적인 조건에서 비교해야 한다. 현재 확인한 자료에는 한국 장비와 Kinex의 처리량, 정렬 정확도, 접합 불량률, 고객 양산 수율을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칩 크기와 연결 간격, 적층 구조, 검사 기준이 다르면 같은 단위의 성능 수치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을 근거로 한국 기술이 몇 년 뒤처졌다고 계산하거나 특정 국가의 우위를 확정할 수는 없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어플라이드와 베시가 기술 협력, 통합 제품, 연구 생태계, 지분 관계를 연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책적 시사점은 국내 기업이 이러한 연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다. 개별 장비 개발 지원과 함께 실제 고객 공정에 가까운 환경에서 장비·소재·계측 기술을 조합해 시험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공동 실증에서는 시험 결과의 신뢰성뿐 아니라 공정 데이터의 접근 범위, 영업비밀 보호, 공동 개발 성과의 권리와 고객 평가 절차도 중요하다. 지원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예산 편성이나 시설 구축에서 그치지 않고, 고객 평가 통과와 반복 공급, 양산 적용 여부를 추적하는 접근이 유용하다. 다만 이번 사례만으로 특정 지원 규모나 정책의 생산성 개선 효과를 산출할 근거는 없다.
기업의 수익과 산업의 성과가 확인되는 과정도 나눠 봐야 한다. 어플라이드의 장비 사업에서는 고객 채택과 공급이 계약상 매출 인식 조건 충족으로 이어져야 한다. 베시 지분 투자에서는 취득 가격과 자금 부담, 배당 및 지분 가치 변화가 별도의 평가 대상이다. 한국 제조기업에서는 새 공정의 성능 개선이 수율과 비용, 고객 제품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지분 약 20%라는 숫자만으로 베시 매출이나 이익의 20%가 어플라이드에 자동으로 귀속된다고 볼 수 없으며, 연구 협약 역시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을 보장하지 않는다.
남아 있는 정보 공백, 즉 Disclosure GAP는 이 사건의 해석 범위를 정한다. 이번 검토에서 매입 주식 수와 가격, 총투자액과 자금조달 방식, 최종 결제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다. 공동 개발의 비용 분담과 지식재산권, 독점성 여부, 고객별 양산 검증 결과도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공식 8-K 전체 조항에 대한 직접 대조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전 검증의 제한도 유지한다. 따라서 계약 체결은 기업 공식발표로 확인하되, 미확인 계약 조건과 재무효과는 열린 질문으로 남겨야 한다.
앞으로 확인할 증거는 분명하다. 지분 투자에서는 조건 충족과 주식 인도, 최종 보유 현황 및 회계 공시가 필요하다. 장비 사업에서는 고객의 양산 채택과 공급 확대, 관련 매출과 비용의 구체화가 중요하다. 공동 연구에서는 협력 분야의 나열을 넘어 시험 결과와 고객 평가, 제조 현장으로의 이전이 확인돼야 한다. 한국 산업에 대한 평가는 국내 기업이 이 과정에서 어떤 기술과 권리를 확보하고 반복적인 공급 기회로 연결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번 계약이 한국 산업에 던지는 질문은 첨단 패키징의 성장 수혜가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갈 것인가다. 그 답을 찾으려면 메모리나 장비의 개별 경쟁력과 함께 재료·공정·조립·검증을 연결하는 역량을 살펴야 한다. 어플라이드와 베시의 협력은 그 연결을 강화하는 사례다. 한국의 대응 역시 연구 참여라는 출발점에서 고객이 인정하는 양산 성과와 지속적인 사업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에디터 mail@k-news.co.kr














